주인
홍시는 꽃보다 아름답다.
보는 즐거움 뿐 아니라 먹는 즐거움도 주기 때문이다.
홍시의 부드럽고 달콤한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홍시를 따먹지 않는 노인이 계셨다.
동네 사람 하나가 왜 홍시를 따 드시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답했다.
"홍시를 따먹는 즐거움은 1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홍시를 따먹지 않고 바라만 본다면
2만 분 이상은 족히 즐겁다.
홍시의 미를 충분히 감상한 후 까치밥으로 보시를 하면
나도 즐겁고 까치도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모두 소유하고 취하지 못해 안달한다.
그러나 진정한 즐거움은
소유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자기 집 정원에 꽃을 심는다고
꽃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내 집 현관을 열고 보든 옆집 2층 베란다에서 보든
꽃은 똑같은 꽃일 뿐이다.
꽃이나 나무, 자연은 모두 주인이 따로 없다.
자주 바라보는 사람이 참 주인이다.
꽃도 시들면 그만이고 보는 사람도 죽으면 그만이다.
영원한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시들기 전, 죽기 전에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짧은 시간 욕심내며 독점하려 하지 말고
오랫동안 함께 즐기고 서로 나눌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