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




바람은 자연의 속삭임이다.

자연은 하고 싶은 말을 바람으로 전한다.

화가 나면 태풍이 되기도 하고

힘들어할 때는 감미로움이 되기도 한다.


바람이 불어오면 세상 사물들은 요란하게 소리를 낸다.

자신이 가진 구멍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각기 다른 자신의 소리를 내는 것이다.

본래 바람은 하나이지만 소리는 시끄러이 흩어져 난다.


사람도 저마다 소리를 낸다.

험담, 협박하는 소리, 배신의 소리, 폭로의 소리, 반박의 소리

온갖 소리들이 피로감을 더한다.

진실은 하나이지만 소리들은 너무나 많다.

바람도 사람도 모두 자신이 가진 구멍, 

자신이 가진 품격만큼의 소리를 낸다.


가을에는 바람의 소리가 구석구석 잘 들린다.

귀가 밝아지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이 밝아지기 때문이다.

탁한 더위가 맑고 깨끗한 가을이 오면

덩달아 우리네 마음도 환해진다.


억새 숲을 스치는 바람은

서민의 흐느낌으로 다가와 성자의 선율로 사라진다.

바람을 저장한 억새의 속살은 메말랐지만 순결하다.

가을에는 모두가 순결해진다.

하늘은 푸르고 땅은 풍요롭다.

가을이 오면 우리의 몸은 악기가 된다.

천고마비의 감사를 연주한다.


눈부신 가을만큼은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다.

잡음들에 방해받지 않고

국화의 고운 향기, 투명한 자연의 소리로

탁한 마음을 씻어내고 싶다.

가을바람이 스칠 때는 눈을 감고

맑은 바람만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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