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무 수천 그루가 있는 과수원에서 썩은 사과 하나를 주워들고

"이 과수원 사과는 다 썩었다."고 주장한다면 잘못된 것이다.


모두들 쉽게 공감하는 이 이야기도 현실 생활에서는 지켜지기 어렵다.

언론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의 천 마디 말 중에

한두 마디를 짜깁기해 진의를 왜곡하고 곤경에 빠뜨린다.

그리고 다수의 대중들도 전체를 보는 이성보다는

썩은 사과 하나에만 집중하고 과도하게 흥분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십수 년을 넘게 교류하던 사람들도

말 한마디나 작은 실수, 사소한 결례로도

마음이 들어지고 결국 결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모든 사실이나 사건은 전체 상황을 조명해보아야 한다.

똑같은 말도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장이가 벽돌을 쌓다가 조수에게 "벽돌"하고 외치면

그것은 '벽돌을 가져오라.'는 뜻이다.

만약 공사장 아래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벽돌" 하고 외치면

그것은 '떨어지는 벽돌을 피하라.'는 뜻이 된다.

수천 그루의 나무, 천 마디의 진의, 십수 년의 우의 전체를 보며

벽돌의 의미를 파악해보아야 한다.

썩은 한 그루 나무 때문에

숲의 아름다움을 즐기지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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