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비세스 왕의 재판




사형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산 사람의 껍데기를 벗기는

생피박리형(生皮剝離刑)이 가장 가혹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캄비세스 왕은 기원전 6세기에 재위한

고대 페르시아제국의 전제 군주였는데

당시의 재판관이었던 시삼네스가 돈을 받고 잘못된 판결을 하자

왕은 그의 살가죽을 벗겨 재판관 의자에 깔도록 명령했다.

그리고 이 의자에 앉을 새 재판관으로

시삼네스의 아들은 오타네스를 임명했다.


벨기에의 브뤼헤 시의회에서

네덜란드의 화가 헤라르트 다비트에게 작품을 의뢰했다.

시의회는 법정으로도 사용되는 곳이었다.

1498년 다비트는 '캄비세스 왕의 재판'을 그려주었다.

그림 속에는 네 명의 사형 집행인이 냉혹하리만치 침착하게

시삼네스의 팔과 다리, 가슴의 살가죽을 칼로 도려나고 있다.

처형대 주위에는 동료 재판관과 관리들이 둘러서 있고

아버지의 가죽을 깔고 앉아 있는

오타네스의 모습도 그려넣었다.

이를 보고도 뇌물을 먹을 공작자가 과연 있을 수 있었을까?


'감수자도(監守自盜)'라는 말이 있다.

'감독해야 할 자가 오히려 도둑질을 한다.'는 뜻이다.

조선시대에는 감독자의 죄를 더욱 엄하게 물었다.

이마를 파서 먹물로 죄를 새기고

부패 관리의 죄상을 적은 장오인녹안(贓汚人錄案)에도 올려

본인은 물론 자식들까지 벼슬길에 나가지 못하게 했다.

공직자가 뇌물을 받으면 아예 패가망신하도록 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공직자들의 뇌물, 투기, 탈세, 표절, 위장 전입,

병역 기피, 이중 국적 같은 부도덕함에 무감각해지고 있다.

공직자들의 청렴은 매우 중요하다.

공직자가 부패하면 나라가 무너지고

백성들이 기댈 곳이 없어지게 된다.

부패가 스며들 여지가 있는 모든 공공기관에

'캄비세스 왕의 재판'을 걸어두어야 한다.

공직자의 부패를 단호하고 엄정하게 저단하여

나라의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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