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새

 

 

 

어려서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신라시대 화가 솔거는 황룡사의 벽화 '노송도(老松圖)'로 유명하다.

얼마나 정교하게 잘 그렸던지

새들이 실제 소나무로 착각해 날아와서 부딪치곤 했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바보 같은 새들이라며 무심코 넘겼던 일화가

지금은 문득 가슴을 때리곤 한다.

 

웃음이 하도 그럴듯해 진짜인 줄 알고 달려갔다가

비수 같은 한마디에 마음을 다쳐 상처받는 경우가 있다.

겉으로 드러난 진실과 감사를 진짜로 믿었다가

거짓과 위선에 깨어지고 우깨지며 바보새가 바로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

 

진짜보다 더 정교한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니

계속 바보새로 살아야겠지만 마음은 가볍다.

속이는 사람보다는 속는 사람이 더 복되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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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산入山

 

 

 

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깨달음의 대상이다.

 

산의 깊은 맛은 빨리 오르는 것에 있지 아니하다.

물소리, 새소리에 자신을 잊는 것이다.

 

모두 전쟁하듯 더 높이 오르려고만 한다.

그러나 정상에 도달했다고 산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정상은 가장 높은 정점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와 만나는 시작점이다.

그래서 선현들은 등산(登山)이라 하지 않고 입산(入山)이라 했다.

 

산에 든다는 것은 한 폭의 그림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숨 가쁘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유람하듯 거니는 것이다.

산에 든다는 것은 흙이 되고 나무가 되고 바람이 되는 것이다.

나를 드러내지 않고 세상과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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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

 

 

북은 큰 소리를 내기 위해 자신을 비운다.

북은 속이 가득 차면 소리가 나지 않고

비울수록 맑고 큰 소리가 난다.

 

사람도 탐욕과 집착으로 가득 하면 향기가 나지 않는다.

나무가 정성 들여 피운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듯

아끼던 것을 버린 사람만이 크고 맑은 향기가 난다.

 

겨울나무는 사치스러운 잎들을 버려도 결코 얼어 죽지 않는다.

얻는 것에 기술이 필요하듯 버리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필요한 것을 채우는 법만 배우지 말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법도 깨우쳐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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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음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홍시를 조선의 마음으로 노래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무성한 잎사귀를 죄다 떨어뜨리고

앙상한 빈 가지로 서 있는 감나무는 비극의 표상이다.

그러나 그 가지 끝에서 빛나는 빨간 감 한 개는

아름다운 '희망'이다.

그 속의 씨는 다시금 새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선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홍시는 배려와 공존의 씨앗을 품고 있다.

까치밥은 풍족해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나누는 것이다.

까치밥에는 배부른 동정이 아니라

굶주림 속에서의 뜨거운 연대가 있다.

지친 모두를 품어주는 상생과 공감의 사랑이 있다.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감의 씨앗은 새싹이 되어 땅을 뚫고 일어선다.

어떤 혹한의 겨울도 새싹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

지금 비록 얼어붙고 닫혀 있을지라도

약동하는 봄, 희망의 계절이 오면

조선의 마음도 산천에 피어나게 될 것이다.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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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화염산은 『서유기』의 손오공이 나찰녀, 우마왕과 싸움을 벌이고

파초선으로 불은 끈 곳으로 유명하다.

날아가던 새가 구이가 되어 떨어진다고 하는 곳이지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불타는 장관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 독특한 아름다움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곳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그 아름다움은 순식간에 고통으로 바뀔 것이다.

집착하고 머무르고자 하면 신비로움은 사라진다.

짧은 순간 스쳐가야 모든 것이 아름답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피어 있는 순간이 짧기 때문이다.

꽃나무는 꽃을 달고 있는 시간보다 빈 가지로 있는 시간이 더 길다.

겨울 눈보라를 맞을 때면 혼자 버림받은 듯하지만

빈 몸, 빈 가지일 때 오히려 당당하게 서는 법을 배운다.

오랜 기다림, 비바람과 찬 서리의 시련이 있었기에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만약 1년 내내 피어 있다면 꽃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삶도 그렇다.

늘 화려한 삶은 따분하고 신비로움이 없다.

긴 인고와 모진 풍파를 뚫고 터뜨려야

웃음이 값지고 감동도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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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무적(仁者無敵)


어진 사람은 누구도 대적할 수 없다. 어진 사람이라고 해서 적이 없을 수 는 없다.

어질다고 칭송받으면 오히려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러나 관용으로 감싸고 사랑으로 베풀면 누구도 대적해 이길 수가 없다. 

칼을 들고 있되 휘두르지 않고 

즉,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지상의 비책이다. 

싸워서 이기면 작게라도 상터를 입게 마련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진정한 승자이다.

어진 것보다 강한 무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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