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홍시는 꽃보다 아름답다.

보는 즐거움 뿐 아니라 먹는 즐거움도 주기 때문이다.

홍시의 부드럽고 달콤한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홍시를 따먹지 않는 노인이 계셨다.

동네 사람 하나가 왜 홍시를 따 드시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노인이 답했다.

"홍시를 따먹는 즐거움은 1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홍시를 따먹지 않고 바라만 본다면

2만 분 이상은 족히 즐겁다.

홍시의 미를 충분히 감상한 후 까치밥으로 보시를 하면

나도 즐겁고 까치도 즐거운 일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모두 소유하고 취하지 못해 안달한다.

그러나 진정한 즐거움은

소유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데 있다.

자기 집 정원에 꽃을 심는다고

꽃이 더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내 집 현관을 열고 보든 옆집 2층 베란다에서 보든

꽃은 똑같은 꽃일 뿐이다.

꽃이나 나무, 자연은 모두 주인이 따로 없다.

자주 바라보는 사람이 참 주인이다.


꽃도 시들면 그만이고 보는 사람도 죽으면 그만이다.

영원한 소유가 어디 있겠는가?

시들기 전, 죽기 전에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마음의 평화를 찾아야 한다.

짧은 시간 욕심내며 독점하려 하지 말고

오랫동안 함께 즐기고 서로 나눌 줄 알아야 한다.

'대숲은 바람을 잡지 않는다 - 황 태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7.09.12
복된 삶  (0) 2017.09.11
가을바람  (0) 2017.09.10
벼루와 거울  (0) 2017.09.09
1%의 용기  (0) 2017.09.0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