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개

 

 

계강자는 노나라 대부로 임금인 소공도 쫓아낼 정도로

무도(無道)한 권력을 가진 실권자였다.

이 계씨가 덕행으로 이름난 공자의 제자였던 민자건에게

비라는 고을의 수장을 맡기려 했다.

그러자 민자건이 사자(使者)에게 말했다.

"제발 나를 위해 거절해주십시오.

만약 다시 나를 부른다면

나는 반드시 문수 강을 건널 것입니다

(善焦我辭焉 如有復我者 則吾心在汶上矣)."

 

민자건은 계씨의 벼슬 권유를 단호히 거절했다.

만약 계속 귀찮게 굴면 노나라에서 문수(汶水)를 건너

제나라로 가버리겠다고 했다.

민자건은 무도한 세상에서 대부 벼슬을 하지도 않았고

더러운 군주의 녹을 먹지도 않았다.

 

칠조개라는 공자의 제자가 있었다.

그는 신분도 미천했고 뒤늦게 학업에 정진한

나이 많은 제자였다.

제자들의 추천에 엄격했던 공자께서

칠조개만은 높게 평가하여 벼슬길로 나갈 것을 권했다.

그러자 칠조개가 답했다.

 

"저는 아직 그 자리를 자신할 수 없습니다(吾斯之未能信)."

칠조개는 벼슬길로 가는 보증수표인 공자의 추천을

겸손하게 거절했다.

 

학문을 인격 완성보다

출세의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능력은 고려치 않고 오로지 자리만을 탐한다.

이리저리 나름대로 줄을 대며 불러줄 날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벼슬 전에 인격과 능력을 쌓는 데 먼저 힘써야 한다.

당시에 벼슬을 한 수많은 사람들은 다 잊혔지만

민자건과 칠조개만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있다.

 

벼슬이 존경받는 세상이 아니라

인품이 존경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많이 나가는 사회가 아니라

의로운 기개가 살아 있는 사회가 복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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