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담

 

 

어릴 적에 가끔 하던 놀이 중에 말 전달하기 놀이가 있다.

한 분단의 맨 앞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단어를 적은 카드를 보여주고

귓속말로 뒷사람에게 이야기해주게 한다.

맨 뒷자리까지 릴레이로 말을 전달하게 한 뒤

맨 뒷사람에게 어떤 단어였는지를 말하게 한다.

몇 명 되지도 않는데 틀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놀이를 하고 나면

사람들에게 말을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게 된다.

직접 보고, 직접 들은 단어 하나를 전하는데도

본래의 뜻과는 거리가 멀게 전달이 된다.

그러니 감정이 포함되어 있거나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는 일이라면

그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말을 많이 하거나

한 마디 말을 하면

열 마디를 추측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말 속에 천 근의 무게를 담으려면

남들이 천 마디 말을 할 적에

한 마디 말만 할 수 있어야 한다.

 

남들에게 상습적으로 큰 피해를 주거나

사기성이 있다면 경계시킬 필요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남의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아니 된다.

 

칼에 베인 상처는 아물지만

혀에 베인 상처는 영원히 가슴속에 각인된다.

모든 만남이 상생의 만남이어야지

아물지 않는 상처를 주는 만남이어서는 안 된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다.

남 험담하며 허비하는 시간을

자신의 꿈을 가꾸어가는 데 선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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