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09.04




아이는 인라인스케이트를 가지고 싶어 했다.

백 원이 생기건 천 원이 생기건

복주머니에 넣으면서 흐뭇해했다.


어느 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해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아빠가

늦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이는 아빠 지갑을 꺼내 베란다로 갔다.

문까지 닫고 쪼그려 앉아 아빠의 지갑을 살펴보고 있었다.

엄마는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인라인스케이트를 빨리 사고 싶어서 그런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궁금한 걸 참다못해 "추운데 거기서 뭐하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자기 복주머니에서 2만 원을 꺼내더니

아빠의 지갑에 넣으면서 말했다.

"아빠 지갑에 천 원밖에 없어요.

그래서 아빠에게 2만원을 주려고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엄마는 왈칵 눈물이 났다.

아무리 현실에 찌들어도 그렇지 아이를 의심하다니.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어미 돼지는 새끼 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추위도 막아준다.

새끼 돼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새끼 돼지에게

먹이를 주고 추위도 막아준다.

그러나 돼지를 사랑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돈을 벌고 잡아먹기 위함이다.


똑같은 행동도 그 속마음이 어떠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론을 가져온다.

지갑에서 돈을 빼가려는 마음도 있고

지갑에 돈을 채워주려는 마음도 있다.

겉을 보지 말고 속을 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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