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루와 거울




서예가에게 벼루는 미인의 거울과 같다.

모두 일생 동안 곁에 두고 지내는 가장 친한 물건이다.

벼루는 먹물을 주기만 할 뿐 받으려 하지 않는다.

거울도 찾으면 비추어주기만 할 뿐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줄 때는 계산하며 찔끔 주는 것이 아니라

글씨를 쓰거나 화장하는 데 필요한 만큼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준다.


글씨가 서툴다고 불평하지도,

얼굴이 못생겼다고 내치지도 않는다.

아픔과 절박함, 인간적 결함과 추함까지도

담담히 감싸준다.

자신의 몸이 닳아 없어지고

맑은 모습이 상처 나고 흠집이 생겨도

상대의 필요한 것을 채워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스스로 만족해한다.


필요 없다고 밀쳐두어도 침묵하며 기다린다.

나에게는 비록 시련과 아픔 뿐일지라도

상대가 다른 일을 하며 기쁨을 느끼고 있다면

상대의 기쁨을 두 배의 내 기쁨으로 받아들인다.


일생을 곁에서 함께하려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아낌없이 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상처로 상대를 채워줄 수 있는 벗,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벅,

과연 그런 벗이 몇이나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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