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

 

 

야율초재는 칭기즈칸의 명참모였다.

명석하고 충직해 직언도 많이 했고

자리나 이권을 탐하지도 않았다.

군정과 민정을 분리하고 세제를 정비해

몽골제국의 기초를 확립했다.

 

오고타이가 아버지 칭기즈칸의 뒤를 이어 제위에 오르자

야율초재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이룩한 대제국을 개혁할 좋은 방법이 없겠습니까?"

야율초재가 답했다.

"한 가지 이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은

한 가지 해로운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고

한 가지 일을 만들어내는 것은

한 가지 일을 줄이는 것만 못합니다

(與一利不若除一害 生一事不若滅一事)."

 

지도자는 누구나 자신만의 업적을 남기고자 한다.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플러스적 사고에만 익숙하지

마이너스적 사고는 하지 않는다.

일반인들도 그렇다.

더 큰집, 더 좋은 차, 많은 돈, 높은 지위 등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만 하지 버리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야율초재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백성을 번거롭게 만드는 것보다는

원래 있던 일 가운데서 해롭거나 필요 없는 일을 없애주는 것이

오히려 백성들을 위하는 개혁이라고 했다.

삶도 그렇다.

실제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불필요한 것들은 버려야 한다.

채우며 구속되는 삶보다

버리며 자유로워지는 삶이 더 알차고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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