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

 

 

어려울 때 돕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고들 한다.

그러나 실제 살다 보면 어려움은 같이하기 쉬우나

즐거움을 같이하기는 어렵다.

'과하탁교(過河柝橋)'라는 말이 있다.

다리를 건너고 나서는 그 다리를 부수듯

힘든 일을 치르고 나서는

도움을 준 사람들을 버린다는 뜻으로

극도의 이기심이나 배은망덕함을 일컫는 말이다.

 

명나라의 태조 주원장은 자신의 손자를 위해

수없이 많은 개국공신을 잔혹하게 제거했다.

태손이 울며 곤신들을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태손에게 가시나무를 주며 잡아보라고 했다.

가시 때문에 잡기를 망설이자

"가시가 있으면 손을 다친다.

나는 가시들을 없애고서

네게 보위를 물려줄 것이다."라고 했다.

 

과하탁교의 대표는 한고조 유방이다.

유방은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며

마침내 항우를 제압하고 중국을 통일한다.

그리고 왕조가 안정권에 접어들자

천하의 명장인 초왕 한신, 양왕 팽월, 회남왕 경포 등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공신들을 대부분 숙청했다.

나라를 세운 뒤 유방의 밑에서 활약한 사람 중

무사했던 사람은 장량과 소하밖에 없었다.

장량은 통일의 위업을 닦은 후 권력을 떠나 은거했고

소하 역시 모든 것을 버리고 낙향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려움은 함께해도

즐거움은 함께하지 않았다.

끝내 배신할 사람이라면 오히려

일찍 헤어진 것을 복이라 여겨야 한다.

 

맺지 못할 인연에 애써 힘들어하거나

원망을 할 필요가 없다.

 

나무는 떨어지는 자신의 잎이나

부서져나가는 가지에 대해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는다.

떨어지지 못하도록 기를 쓰거나

떨어지는 것을 잡으려 안달하지도 않는다.

떨어져나가는 재물이나 사람들 때문에

원망하고 절망해서는 아니 된다.

『법구경』에 '원망으로써 원망을 갚으면

끝내 원망은 없어지지 않는다.

오직 참음으로써만 원망은 사라진다.

(不可怨以怨 終以得休息 行忍得息怨)'고 했다.

나무가 잎을 털고 새봄을 준비하듯

참고 털며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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