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애완견은 살아가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주인이 식사를 주면 식사를 하고

운동을 시키면 운동을 하고

산책을 데리고 가면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애완견은 개라기보다는 오히려 주인의 비위를 맞춰주는

움직이는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다.

혼자서 설 수 있는 힘이나 물결을 거스르는 기상은 없다.

 

늑대는 다르다.

먹여주고 재워주는 사람이 없다.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자신의 먹이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북풍한설에 눈물도 흘려가며

삶의 동력을 터득해가야 한다.

 

백 마리의 애완견이 단련된 한 마리 늑대를 이기지 못한다.

그러나 다들 자식은 늑대보다 애완견으로 만들고자 한다.

애들이 조금만 비바람을 맞아도 큰일이 나는 줄 안다.

식욕이 줄거나 감기라도 걸리면 죽는 줄 알고 요란을 떤다.

자라면서 시련을 이기는 법을 터득하지 못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나약해진다.

 

세찬 바람은 나무의 적이 아니다.

바람은 뿌리를 튼튼하게 해주는 각성제 구실을 한다.

바람이 불면 나무는 더욱 깊이 뿌리를 내린다.

생명력 있는 모든 것들은 투쟁을 통해서 성장한다.

자식들이 한 때 방황한다고 힐난하거나 질책할 필요가 없다.

삶은 교육, 직장, 돈의

정해진 특 속에서 빛나는 것이 아니라

모험과 도전 속에서 오히려 빛나게 된다.

 

나무가 강해게 자라고 곡식이 좋은 열매를 맺으려면

비바람과 눈보라를 맞아야 한다.

사람도 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실패와 시련을 맛보아야 한다.

고난 속에서 삶이 깊어지고 배려와 겸허함이 스며들게 된다.

따뜻한 방 안만 오가는 애완견의 나약함이 아니라

칼바람을 헤치는 늑대의 강인한 생명력을 가르쳐야 한다.

애완견의 천 년 삶보다 늑대의 하루 삶이 힘 있고 풍요롭다.

늑대의 야성과 도전이 삶을 생기 있고 싱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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