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째 매미

 

 

'8일째 매미'라는 작품이 있다.

'불륜'과 '유아 유괴'라는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매미는 7년간 땅속에서 굼벵이로 있다가

허물을 벗고 지상으로 나와 7일간을 살다가 죽는다.

그러나 비정상적이지만 죽지 않고

8일째를 살게 된 매미가 있다면

그 매미는 과연 행복할까?

7일 만에 죽는다면 모두들 똑같은 삶을 사니

특별히 슬플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

다들 그렇게 죽으니 빨리 죽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가질 것도 없다.

그냥 정상적으로 복되게 살다가 죽었다고 생각할 따름이다.

그러나 8일째 살게 된 매미는 어떨까?

다른 매미들이 듣고 보지 못한 것을 듣고 볼 수 있으니

행복해할까?

어른 대접을 받고 새로운 시대의 발전상을 보며 기뻐할까?

 

그러나 친구와 가족을 먼저 보내본 사람은

어렴풋이 알 것이다.

만약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면

그 세상은 얼마나 외롭고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인지.

그 어떤 환상적인 것도

애타는 그리움을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7일까지의 세상은 시끌벅적한 정겨운 세상이었지만

8일째는 활폐한 사막에 내버려진

눈물 젖는 세상이 될 것이다.

 

7일 만에 죽는 매미보다

8일때를 산 매미가 더 불쌍하지 않을까?

눈물과 한숨뿐인 8일째,

어쩌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소외된 약자도 모두 '8일째 매미'가 아닐까?

 

몸은 아픈 곳을 보호하고 치료해야 한다.

사회는 약자를 감싸고 지원해야 한다.

약한 곳이 덧나 몸져눕게 되면

성한 곳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약자가 무너지게 되면

승자도 지속 성장을 못 하게 된다.

상처를 방치하면 몸이 썩고 생명이 위태로워진다.

행복은 약한 곳을 건강하게 만드는 따뜻함 속에 있다.

8일째 매미의 상처를 감싸고 치유해주어야 한다.

8일째 매미가 행복해질 수 있어야

사회도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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