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세 알과 고수레

 

 

할아버지가 손자를 데리고 주말농장에 콩을 심으러 갔다.

손자는 한 알씩 심었으나 할아버지는 세 알씩 심었다.

 

손자가 궁금해서 물었다.

"할아버지, 왜 아깝게 한 구멍에 세 알씩이나 넣으세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한 알은 땅에 사는 벌레가 먹고

또 한알은 하늘에 사는 새가 먹고

남은 하나가 자라서 우리 몫이 되는 거란다."

 

우리 조상님들은 벌레와 새와 사람이 모두가 이 땅의 주인이며

함께 공존해야 한다는 큰마음을 가졌다.

한 알만 심었다가 새나 벌레가 먹어버리면

내 것은 아예 없게 된다.

내 것만 챙기려 하지 말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깨우쳐야 한다.

 

고수레라는 풍습이 있다. 산이나 들에서 음식을 먹을 때

귀신에게 먼저 바친다는 뜻으로 음식을 조금 떼어 던지는 것을 말한다.

동지엔 빨간 팥죽을 쑤어 사람들이 먹기 전 "고수레!" 하며

집 곳곳에 뿌려 악귀를 쫓았다.

 

그런데 이 고수레는 악귀만 쫓았던 게 아니다.

고수레엔 먹을 것을 찾지 못한 짐승들과 함께 나누자는

깊은 배려가 담겨 있다.

배를 곯고 나무껍질과 피죽을 먹던 시절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지금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경제는 커졌을지 몰라도 마음의 크기는 작아진 느낌이다.

'현대의 최고 불행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눈물이 없는 것이다,' 라는 말을 곱씹어봤으면 한다.

 

조상님들의 따뜻한 마음만 되살린다면

세상은 훨씬 풍요롭고 평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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