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침교琮琛橋

 

 

인무원려 필유근우(人無遠慮 必有近憂).

멀리 보고 미리 염려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운 시기에 근심이 생기게 된다.

 

성종은 연산군의 생모였던 윤비를

투기가 심하고 포악스럼다고 하여 폐비시키고자 했다.

의금부도사였던 허종(許琮)과 형방승지였던 동생 허침(許琛)은

중산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현숙한 누님이 두 동생들에게 말했다.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사람이

주인 부부의 싸움에 휘말려 부인에게 가혹한 몹쓸 짓을 했을 때

부인의 아들이 가업을 잇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누님의 가르침에 크게 깨닫고

허종은 다리를 건너다 일부러 말에서 떨어졌다.

그리고 발을 다쳤다는 핑계로 화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두 형제의 임무를 우의정 이극균과 판서 이세좌 두 숙질이

대신 맡게 되었다.

 

그 후 세자였던 연산군이 즉위하자

생모의 폐위와 죽음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피바람의 대참극이 벌어지게 된다.

 

갑자사화로 허씨 임무를 대신했던 두 이씨는

모두 사형되었다.

그러나 누님의 기지로 두 형제들은 화를 모면하고

청백리로 보신을 할 수 있었다.

 

나중에 허종이 말에서 떨어졌던 그 돌다리를

두 형제의 이름을 때서 '종침교(琮琛橋)'라 불렀다.

지금은 서울 종로구 내자동 223번지에

서울시 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되어 표석에 세워져 있다.

 

권세가 영원할 줄 알고 당장의 권세를 믿고 우쭐거리는 것은

나중 큰 화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눈앞의 이권에 원칙과 신의를 저버린다면

나중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멀리 보고 대비하는 혜안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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