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음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홍시를 조선의 마음으로 노래했다.

"찬 서리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조선의 마음이여."

 

무성한 잎사귀를 죄다 떨어뜨리고

앙상한 빈 가지로 서 있는 감나무는 비극의 표상이다.

그러나 그 가지 끝에서 빛나는 빨간 감 한 개는

아름다운 '희망'이다.

그 속의 씨는 다시금 새싹이 되어 땅을 밟고 일어선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홍시는 배려와 공존의 씨앗을 품고 있다.

까치밥은 풍족해서 나누는 것이 아니라

부족하지만 나누는 것이다.

까치밥에는 배부른 동정이 아니라

굶주림 속에서의 뜨거운 연대가 있다.

지친 모두를 품어주는 상생과 공감의 사랑이 있다.

 

"사랑만이

겨울을 이기고

봄을 기다릴 줄 안다.

………

사랑만이

인간의 사랑만이

사과 하나를 둘로 쪼개

나눠 가질 줄 안다."

 

감의 씨앗은 새싹이 되어 땅을 뚫고 일어선다.

어떤 혹한의 겨울도 새싹을 영원히 가둘 수는 없다.

지금 비록 얼어붙고 닫혀 있을지라도

약동하는 봄, 희망의 계절이 오면

조선의 마음도 산천에 피어나게 될 것이다.

그날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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