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 易地思之

 

 

중국의 전설적인 성인인 하우(夏禹)와 후직(后稷)은

치수와 농사의 책무에 최선을 다했다.

자기 집 문 앞을 세 번씩이나 지나가면서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공무를 우선했다.

하우는 물에 빠진 백성이 있으면

자신이 치수를 잘못하여 빠지게 되었다고 마음 아파했고

후직은 굶주리는 사람이 있으면

스스로 일을 잘못하여 굶주리게 했다고 괴로워했다.

늘 백성의 입장에 서려고 노력했다.

공자의 제자 안회는

누추한 골목에서 물 한 바가지와 밥 한그릇으로만 살았다.

공자는 가난한 생활을 이겨내고 도를 즐긴

안회를 칭찬했다.

맹자는 "하우, 후직, 안회는 처지를 바꾸어도

모두 그렇게 하였을 것이다(禹稷顔子易地則皆然)."라고 했다.

 

입장을 바꾸어 상대방의 처지에서도

헤아려볼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은 각자가 보고 들은 만큼 알게 되므로

주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자기의 독단에서 벗어나려면

상대의 입장에 서보아야 한다.

갈등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서 생긴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己所不欲勿拖於人).

다만 정약용 선생은 "사람들은 가마 타는 즐거움만 알지

가마 메는 괴로움은 알지 못한다

(人知坐樂輿 不識肩樂苦)."고 탄식했다.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 전에 반드시

입장을 바꾸어놓고 생각하보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이념이나 정책적인 논쟁도 그렇지만 그보다는

왕따, 묻지 마 칼부림, 성폭행 등 약자 보호의 경우

역지사지가 더욱 절실하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단 한 번뿐인 삶이 어떻게 될지

만약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하본다면

차마 그런 범죄를 못 저지를 것이다.

가진 자가 없는 자를 생각하고 강자가 약자를 보호할 때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복된 사회가 된다.

 

숲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기운이 난다.

숲은 풀과 꽃,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을

차별 없이 포용하고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이다.

숲 생태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동식물과 버섯 같은 균류들까지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공생 관계를 이루고 살아가는 것을 알게 된다.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어울려 살아야 한다.

약자를 감싸고 지원해야 한다.

약자가 무너지면 승자도 불행해진다.

사회는 약자가 기운을 받을 수 있는

차별 없는 숲이 되어야 한다.

서로가 입장을 바꾸어 배려해주고 지켜주고 연대해야

평화로운 숲이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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