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 젓가락

 

 

주왕이 상아 젓가락을 만들 것을 지시하자

기자가 걱정을 했다.

그깟 젓가락 가지고 무얼 그리 걱정을 하느냐고

누군가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기자가 말했다.

"상아 젓가락을 쓰게 되면

모든 생활이 상아 젓가락 수준에 맞추어지게끔 되어 있다.

그릇은 흙이 아닌 옥을 써야 하고

반찬은 패소가 아니라 희귀동물의 고기여야 한다.

또 그런 고기를 먹게 되면 반드시 비단옷을 입어야 하고

고대광실에서 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모든 것을 상아 젓가락의 격에 맞추다 보면

천하의 재물을 총동원해도 모자라게 될 것이다."

상아 젓가락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주왕은 마침내 폭군으로 변해갔다.

 

대장부는 작고 사소한 일에 신경을 써서는

아니 된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사못 하나가 거대한 공장을 멈추게 한다.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시작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미세한 것에서 만들어진다

(天下難事必作易 天下大事必作細).

천 길이나 되는 높은 제방도

개미나 땅강아지의 작은 구멍 하나에 무너지고

백 척 높이의 고대광실도

아궁이 틈에서 나온 작은 불씨로 타버린다.

한비자는 '낌새를 보면 싹을 알고

시작을 보면 끝을 안다(見微以知萌 見端以知末).'고 했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반드시 그 조짐이 있게 마련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조그만 조짐에도 주목하고

사전에 그 대책을 세워간다.

초윤장산(礎潤張傘),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준비해야 한다.

작은 조짐이라도 놓치기 말고

세밀하게 점검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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