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냄

 

 

거울은 나타나면 비춰주고 사라지면 비워둔다.

사물은 애써 맞이하거나 붙들어두려 하지 않는다.

 

감추거나 탐하지 않기에

모든 것을 다 비추어주어도 상하지 않는다.

무엇인가를 한사코 잡아두려 한다면

다른 것을 비출 수가 없다.

 

절망과 고통은 소유와 집착에서 온다.

사람들은 무엇이건 가두고 혼자 즐기려 한다.

그러나 자연은 잡아두고 독점하려 욕심내지 않는다.

 

바람이 대숲에 불어와도 지나가고 나면 그뿐

대숲은 애써 바람을 잡으려 하지 않는다.

기러기가 연못을 지나가도 스치면 그뿐

연못은 기러기의 흔적을 남겨두지 않난다.

가면 가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자연은 무엇에건 집착하거나 미련을 두지 않는다.

보낼 수 있어야 맑고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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