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과 파리

 

 

벌과 파리를 병 속에 넣은 후

병의 바닥을 창 쪽으로 해서 병을 뉘어놓는다.

그러면 벌은 밝은 바닥 방향에서 출구를 찾다가

지치거나 굶어 죽을 때까지 악전고투를 한다.

그러나 파리는 2분도 채 되지 않나

반대쪽 병 주둥이로 나가버린다.

 

벌은 지능이 높아 가장 밝은 쪽에 출구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쪽으로만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나치게 자신을 과신하고 자신의 논리에 얽매여

다른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리석은 파리는

빛의 방향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날아다닌다.

'단순한 자에게는 행운이 기다린다.'는 격언 그대로

이내 반대쪽 출구를 발견하여 자유스러운 몸이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똑똑한 자의 독선이 아니라

어리석은 자의 다양성이다.

천재의 지식이 아니라

바보의 실천이다.

돈, 권력, 한 방향의 삶이 아니라

꿈과 희망을 나누는 함께하는 삶이다.

벌의 지능이 아니라

파리의 우직함이 자유와 축복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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