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

 

 

2010년 6월 부산의 한 우체국 직우너이

서울에서 암 투병하는 부인을 돌보고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가다

옆자리에서 주인 없는 가방을 발견했다.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주인이 오지 않자

그는 가방을 열어보았다.

그 가방 안에는 5만 원권, 1만 원권, 수표 등

총 1억2000만 원의 현금이 들어 있었다.

부산에서 내린 그는 가방 안의 수첩을 보고 연락해

망연자실해 있던 주인에게 가방을 돌려주었고

사례도 거절했다.

눈 뜨고도 사기를 당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격을 지켜가는 숨은 의인은 많다.

 

진흙을 멀리하는 꽃은 깨끗하다.

그러나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는 연꽃은

더욱 깨끗하다.

권세를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은 맑다.

그러나 권세를 가까이할지라도 물들지 않는 사람은

더욱 맑다.

 

권모와 술수를 모르는 사람은 높다.

그러나 권모와 술수를 알아도 이를 쓰지 않는 사람은

더욱 높다.

돈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순수하다.

그러나 돈을 가질 수 있어도 가지지 않는 사람은

더욱 순수하다.

 

존경해야 할 것과 존경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시대에 뒤져 보이는 바보 같은 품격들이 그래도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등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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