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에도시대 후기 화가이자 고승이었던 료칸선사의 절에 도둑이 들었다.

원체 가난하여 훔쳐갈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선사는 실망한 도둑에게 먼 길을 왔는데 빈손으로 보낼 수 없다며

입고 있던 옷을 벗어 주었다.

도둑은 선사의 옷을 가지고 급하게 도망쳤다.

 

가진 것을 다 내어준 선사가 문득 달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애석하게도 최고의 보석은 미처 보지를 못했구나."

 

모두들 물질적, 금전적인 것만 보석으로 여긴다.

그러나 참 보석은 마음을 맑고 아름답게 해주는 것이다.

달빛보다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지족(知足), 스스로 만족할 줄 알면 가진 것이 없어도 편안하고

만족할 줄 모르면 가진 것이 많아도 늘 불안하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한 것 같지만 사실은 부유하고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한 것 같지만 사실은 부족하고 가난하다.

이 세상 최고 부자는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다.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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