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

 

 

자식 많은 부자 노인이 있었다.

집이 아주 넓고 커서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안에서는 들리지가 않았다.

어느 날 노인이 외출했다 돌아오던 중 집에 불이 나서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었다.

수많은 자식들은 불이 난 것도 모르고

집 안에서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다.

"불이 나서 위험하다."고 소리쳤지만

자식들은 즐겁게 노느라 신경도 쓰지 않았다.

노인의 비통한 울부짖음도

자식들을 문 밖으로 나오게 할 수는 없었다.

 

소리를 지르다가 지친 노인은 다른 방법을 써보기로 했다.

평소 자식들이 좋아했던 것을 생각해보고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이 타고 싶어 하던 진기한 수레들을 가져왔다.

양(羊)이 끄는 수레, 사슴(鹿)이 끄는 수레, 소(牛)가 끄는 수레가

문밖에 있으니 빨리 밖으로 나와라."

노인의 말을 듣자 자식들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내던지고

앞다투어 밖으로 나왔다.

 

무슨 일을 하다가 잘되지 않는다고

포기하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관점을 바꿔보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

옳다고 나의 입장만 밀어붙이지 말고

상대가 우하는 것을 찾아보아야 한다.

개혁보다는 혁명이 필요할 때가 있다.

마차의 속도를 증가시키기 위한 노력보다는

자동차를 만들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노인이 예컨데 확성기 같은

불났음을 더 큰 소리로 알리는 수단을 찾고자 했다면

자식들을 살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불났음을 알리기보다

그들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다른 관심사를 찾고자 했기에

자식들을 구할 수가 있었다.

 

책을 책으로 파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책 속에 연하장을 넣어

책을 연하장으로 팔자 많이 팔려나갔다.

좋은 책을 만들려는 개혁보다는

책 아닌 연하장으로 팔려는 혁명이 성공을 가져온 것이다.

불황이라 문 닫는 갤러리가 많다.

그러나 이탈리아 음식점에 그림을 걸자 대박이 났다.

고가의 그림을 사두어야 한다는 부담도 없이

바뀌는 그림 속에서 격조 있는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식당은 고객이 많아졌고 수익도 몇 곱절 늘게 되었다.

 

과거의 타성에 젖거나

리더가 독선에 빠져 변화를 거부한다면 발전은 없다.

산의 정상이나 목표에 도달하는 길을 여러 갈래가 있다.

막힌 곳을 고집하며 좌절하지 말고 다른 길을 찾아보아야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아니 솟아날 구멍이 있는 하늘만 무너지게 되어 있다.

생각만 바꾸면 극복하지 못할 어려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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