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먼저

 

 

퇴근 후 집에 들어설 때

자녀들이 현관으로 나와서 반갑게 맞아주기를 바라는

가장이 있었다.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가장이

그런 정도의 환영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 내심 생각했다.

그런데 몇 번을 가르쳐도 중고생인 아이들은

공부를 핑계로 자기 방에 들어앉아

건성으로만 인사를 건넸다.

적잖이 실망했지만 더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잔소리를 해대는 대신에

자신이 먼저 바뀌어보기로 했다.

아이들이 집에 들어올 때는 TV를 보거나 책을 읽다가도

얼른 일어나 현관 쪽으로 나가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내가 외출할 때도 일부러 현관까지 가서

웃는 얼굴로 배웅을 하였다.

이렇게 한 달 정도 의식적인 노력을 했더니

가족들이 자신이 들어올 때 어김없이

현관에 와서 인사를 하더라는 것이다.

 

남들이 가르치려는 사람은 많다.

우레 같은 소리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사람들도 넘쳐난다.

그러나 조그마한 것이라도

자신을 바꾸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자신을 먼저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면

세상은 저절로 바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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