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화염산은 『서유기』의 손오공이 나찰녀, 우마왕과 싸움을 벌이고
파초선으로 불은 끈 곳으로 유명하다.
날아가던 새가 구이가 되어 떨어진다고 하는 곳이지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불타는 장관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낸다.
그 독특한 아름다움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곳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그 아름다움은 순식간에 고통으로 바뀔 것이다.
집착하고 머무르고자 하면 신비로움은 사라진다.
짧은 순간 스쳐가야 모든 것이 아름답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피어 있는 순간이 짧기 때문이다.
꽃나무는 꽃을 달고 있는 시간보다 빈 가지로 있는 시간이 더 길다.
겨울 눈보라를 맞을 때면 혼자 버림받은 듯하지만
빈 몸, 빈 가지일 때 오히려 당당하게 서는 법을 배운다.
오랜 기다림, 비바람과 찬 서리의 시련이 있었기에
그 아름다움이 더욱 빛난다.
만약 1년 내내 피어 있다면 꽃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삶도 그렇다.
늘 화려한 삶은 따분하고 신비로움이 없다.
긴 인고와 모진 풍파를 뚫고 터뜨려야
웃음이 값지고 감동도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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