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화법

 

 

물고기는 입으로 미끼를 물고, 사람은 입으로 재앙을 문다.

이념이나 지지정당이 다르면 단세포적 표현을 써가며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직선화법보다는 곡선화법이 품격도 높고

상대를 더욱 꼼짝 못 하게 한다.

 

제나라의 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의 일이다.

초나라에서는 안영을 골탕 먹여 위엄을 떨치고자 했다.

그래서 안영 앞으로 두 명의 무사가

죄인 한 사람을 끌고 지나가도록 한 후

초나라 영왕이 죄인이 누구냐고 물었다.

그러자 무사는

"그는 제나라 사람으로 절도죄를 지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다시 초나라 영왕이 안열에게 물었다.

"제나라 사람은 모두 물건을 훔치는 나쯘 버릇이 있소?"

 

그러나 안영은 화내지 않고 차분하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강남 귤을 강북에 심으면 탱자가 된다고 합니다(橘化爲枳).

동일한 씨앗도 토질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게 됩니다.

지금 이 사람이 제나라에 있을 때는 양민이었는데

초나라에 온 이후에 도적이 되었다면

초나라 풍토를 탓해야 하겠습니까,

제나라 풍토를 탓해야 하겠습니까?"

 

안영을 시험하려던 영왕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그를 매우 후하게 대접했다.

 

아름다운 말을 하는 동안은

말하는 사람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추한 말을 하는 동안은

말하는 사람도 추한 사람이 된다.

격한 말이 아니라 부드럽고

지혜로운 말이 세상을 바꾸어간다.

날선 직선의 상처보다는

곡선의 아름다움을 깨쳐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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