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사랑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두 마리가 서로 사랑했다.

추위에 떠는 상대를 보다 못해

자신의 온기를 전해주려던 그들은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서로에게

상처만 준다는 것을 알았다.

안고 싶어도 안지 못했던 그들은

자신들의 몸에 난 가시에 다치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거리에 함께 서 있었다.

비록 자신의 온기를 다 줄 수 없어도

그들은 서로 행복했다.

 

사랑은 그처럼 적당한 거리에 서 있는 것이다.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의 온기를 느끼는 것이다.

가지려고 또 소유하려고 하는 데서 우리는 상처를 입는다.

나무들을 보라.

그들은 서로 적당한 간격으로 떨어져 있지 않은가.

함께 서 있으나 너무 가깝게 서 있지 않는 것,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고 그늘을 입히지 않는 것.

그렇게 사랑해야 한다.

밀착,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랑이 오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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